(평어체 양해부탁드립니다.)
일상 속에서의 관계맺음, 그리고 그 관계의 희석에서 생기는 여러 감정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평이하게 음율에 전이하는 것이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프로듀서이자 보컬리스트인 차세정씨가 연주적인 측면에서, 또한 가수의 측면 양쪽 모두에서 명확한 한계를 보인다는 점은 언젠가 분명히 제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번 콘서트에서 그 점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볼 수는 있었지만, 또한 한계점이 콘서트를 통해 미묘하게나마 드러났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 이화동 – 여기서 끝내자 – 어떤 날도, 어떤말도 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에피톤스러움’의 음악은 이제 차세정만의 보컬로서 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소진한 상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전략이 있다고본다. 하나는 유희열씨처럼 외부 보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보컬은 그대로 둔 채 여타의 방식에 매스를 들이대는 것. 이번 공연에서 들려준 ‘믿을게’는 후자를 선택한 모습으로 보인다. 연주가 기존과 비교했을 때 약간은 더 헤비한 리프가 추가되었고, 가사의 양이 늘었다. 무언가 굉장히 만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봄의 멜로디’처럼 꽉 찬 연주의 극한을 추구하든지, 아니면 ‘그대는 어디에’처럼 많은 말이 없이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곡을 만드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솔직히, 내년에 나오는 앨범이 나의 이런 생각이 하나도 맞지 않았음을 입증하면 좋겠다.
오히려 이번 콘서트를 통해 가장 많이 충격을 받았던 것은 Lucia(심규선)씨의 모습이다.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줄건가요’의 미묘한 호소가 끈적한 달라붙음으로 변모하고, ‘부디’에서의 몸짓 하나하나가 괴로움을 흘리고, ‘버라이어티’에서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애달음을 보여주는 그녀의 몸놀림전부가 보컬과 맞물려 무서울 정도로 몰입감을 선사했다. 물론 ‘ Sue’에서는 조금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긴 했지만 그래도 1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나 오히려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심규선씨가 가지고 있는 특색인 Musicalization(음악극화)는 음악의 공감각화를 이끌어내준다는 점에서 더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왜 가수 얘기만 하고 공연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거냐라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어서 콘서트 자체에 대한 언급을 짧게 하자면, 블루스퀘어라는 공연장은 공연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좌석이 형편없었다는 점과 부대시설에 있어서의 문제점이 치명적이라는 것을 들고 싶다. 그리고 공연의 기획…은 작년하고 사실상 똑같아서 더 할 말이 없다. 심지어 컨텐츠도 크게 바뀌지 않아서. 비교하는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끊임없이 편곡하고 실험하는 국카스텐의 공연과는 크게 대조되는 광경이다. 누가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즉 콘서트 전반에 관한 것에서는 임팩트가 없어서 차세정씨와 심규선씨에 더 집중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크게 언급 안했던 이진우씨에게 사죄의 말씀을. 근데 ‘스무살’하고 ‘기도’하고 너무프레이즈 비슷해서…신곡은 꽤 괜찮았다. 제 취향이었다는)
다음 번에는 ‘에피톤스러움’에서 ‘새로움’을 찾을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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